[이키야]권유
DX3rdNIO2023-05-22 12:37

 마세 이키야가 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점. 이키야의 형 테츠야는 여러모로 곤란했다. 왜 입원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중상을 입었다- 정도만 알 뿐 '어떻게' 중상을 입었는진 몰랐다. 본인에게 물어도 괴물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만 하고.

 하지만 그 점은 테츠야에게 상관 없다. 매우 놀라면 누구든 허무맹랑한 말을 할 수도 있고─물론 보통 입을 순 없는 방식으로 상처를 입었기에 조금은 믿기도 하지만─, 아무튼 동생이 무사했단 지점이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의 동생은 입원 전에 봤던 이키야와는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소극적이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주눅이 들어 있었다. 실어증 같은 건 없어서 다행이지만. 그러나 한순간에 추락한 자신감은 세상에 나갈 의지도 없애버리고 말았다.


 "이키야."

 "……."

 "이런 시간에도 집에 있다니 또 학교에 안 간 거야? 나 참. 빠지지 말라고 했잖아."

 "그, 그치만 무서운 걸……."


 무섭다.

 테츠야는 '도대체 뭐가 무서운 건데?'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삼켰다. 이전에 물었을 때를 생각하면 이야기는 해주겠으나 혼자 겁을 먹고 패닉상태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을 테니까. 그런 모습은 또 보고싶지 않았다. 제 잘못이 없는 건 알지만 죄책감이 들었으니.


 "하지만 이키야. 이렇게 있을 순 없는거 알잖아. 이대로 반복되면 출석 일수도 부족해 유급이고."
 "……."
 "정 못하겠으면 학교는 그만두고 홈스쿨링으로라도 수업 들어. 아버지랑 어머니 설득은 내가 어떻게든 해 볼 테니까."
 "아니, 그. 그렇게까진……!!"


 학교를 그만두라는 말에 이키야는 고갤 세차게 흔들었다. 당황한 것처럼 보이자 테츠야는 잠시 그가 진정하길 기다렸다. 일은 늦은 밤에 해도 상관없다. 지금은 동생이랑 대화하고 싶었다. 당황했던 이키야는 크게 숨을 내쉬고 마저 이어 말했다.


 "그렇게…까지 학교를 다니기 싫은 게 아니야. 그저 난……무서워서……."
 "무서워서……. 하지만 너 편의점이나 마트 같은 덴 다녀오잖아? 비슷하지 않나?"



 물론 그때도 사람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꼬박꼬박 후드에다 모자, 마스크까지 중무장을 하고 계산할 때나 물건이 어딨는지 물을 때도 말도 거의 안 했지만.


 "그건 그…런걸지도? 으응."
 "그러면 학교도 그런 모습으로 하면 되잖아."
 "그건 싫어!! …앗, 미안……."


 역시 입원 이후로 성격이 바뀌긴 했다. 저 정도로 눈치 보진 않았는데. 자기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란 건 누구보다도 잘 아는 테츠야였기에 쓰게 웃었다.


 "네가 사과할 건 아냐. 참, 그 뭐더라… 정장입은 남자가 말했던 '오버드'… 였나. 네가 능력을 얻었단 그걸 활용해서는 안돼? 못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땐 정말 홈 스쿨링… 은 네가 싫다고 했으니 인터넷 강의 같은 거라도 들으면서 해보자."
 "내 능력으로……."


 마세 이키야가 레니게이드 바이러스에 각성해 '오버드'가 되었다. 라는 것을 문득 떠올린 테츠야는 넌지시 제안했다. 오버드의 능력을 활용해 등교하는 건 어떤지. '어떻게' 등교하는지는 동생이 생각해봐야 겠지만, 그가 가진 초능력을 활용해 어느 정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면 나름 나쁘진 않을거라 생각한 테츠야였다. 자기만이 가능한 방법으로 성취감을 느끼면 자신감도 조금이나마 자랄거니.


 "…응, 해볼게. 자신은 없지만……."


 잠시 생각하던 이키야는 고갤 끄덕였다. 말을 흐리고 시선을 피하는 이키야였지만 나름 큰 용기를 내서 한 발 내디딘 거라 생각한 테츠야였다. 평소에 못한다며 거부하는걸 보는 것보단 마음이 편했다. 이키야가 테츠야를 만족 시키기 위해서 빈 말을 해본걸지도 모르지만 그런 실망은 나중에 해도 됐다.


 "그래. 그럼, 학교 갈 때 말해줘. 내가 할 수 있는건 어떻게든 도와줄 테니까."
 "응, 고마워. 오자마자 나랑 이런 거 말했는데 피곤하지? 가서 좀 쉬어."
 "그래. 좀 쉬고 올 테니 같이 저녁 먹자."
 "응."


 테츠야의 한결 풀어진 표정을 보고 이키야는 웃었다. 겁먹은 표정보단 저게 훨 낫다니까. 라고 생각한 테츠야였다.
 그리고 다음 날, 마세 테츠야는 무심코 이키야의 방에 들어갔다 제 동생이 둘 있는 것을 목격해 버렸다. 분명 동생은 한 명이었는데 왜 둘이? 얼어붙은 테츠야를 깨운건 당황한 이키야의 목소리였다.


 "형!? 아, 아니 그게! 이건 그. 뭐라 해야하나 내 인형 같은 건데, 직접 만나지 않으면 좀 편하게 말할까 싶어서……!!"
"어, 어?! 아아. 그래. 어쩐지 둘이었구나."


 자세히 보니 저에게 말을 건 이키야는 외출복이고, 밀랍 인형─저게 동생이 아니란 걸 눈치채서야 하는 비유지만─같은건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너도 가는 거야? 왜 외출복을 입고 있는 거야?"
 "어, 으응. 그게……. 이건 내 감각이랑 연결된 건데 잘못 움직일까봐 좀 더 가까이 보면 나을까 싶어서……."


 만일 테츠야가 별생각이 없었다면 '그냥 이대로 학교 가면 되지 않아?' 라고 할 뻔했다. 그러면 다시 숨겠지. 지금의 이키야는 평소에 내가 알던 이키야가 아니니까.


 "…그래, 잘 만들었다? 라고, 해야 하나. 정교하네."
 "응, 나도 처음 만들어 본 것치곤 제법 잘 만들어져서 뿌듯해. 의외로 이런 조소에 재능있을지도?"


 교복을 입은 이키야가 입을 열었다. 테츠야가 평소에 알던 이키야의 말투와 표정이었다.


 "그럼 다녀올게! 형도 출근 잘하고."


 이키야는 그리 말하곤 짐을 챙겨 학교로 향했다. 말할 거라고 생각치 못해 놀라버려 타이밍을 놓쳤지만, 테츠야는 교복을 입은 이키야가 말을 했을 때 어느새 진짜 이키야가 사라져 있단걸 깨달았다. 어딘가에 숨어서 저 인형을 매개로 일상생활을 하는 건가…….
 솔직히 번거롭다고 생각한 테츠야였다. 유감이지만 그냥 겁나는 걸 꾹 참고 버티면 어떻게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 중 한 명이니까. 하지만 이키야도 제 나름대로 걱정 끼치지 않고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차선책이란 것도 알았다. 저 녀석 나름의 배려겠지.


 "오버드란건 이렇게 복잡한 거였나. 별반 달라진 것도 없어 보이는데…."


 차라리 듣지 않는게 나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지금이었다. 하지만 그랬으면 테츠야는 제 동생을 지키긴 힘들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키리타니였나 하는 남자의 술수에 걸려든 것 같지만 얻은 게 없는 건 아니니까. 그러면 슬 출근을 해볼까. 조금 늦을 수 있을 거라고 했으니 혼나진 않겠지. 마세 테츠야도 일상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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